인간의 흔적, 인증으로 남기려는 시대의 역설
- esangedunet8
- 5월 7일
- 2분 분량

인공지능 확산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단순하지 않다. 효율의 문제로 시작된 기술은 이제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랑스럽게 인간이 만듦’, ‘AI 없음’과 같은 문구가 영화, 출판, 마케팅 전반에서 확산되는 흐름은, AI로 인한 자동화가 일자리와 직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엔 여러 기관이 윤리적 생산을 상징하는 공정무역 로고처럼 ‘AI 미사용’을 인증하는 표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는데 AI 활용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생성형 AI에 대한 구분 요구가 상대적으로 뚜렷한데, 2024년 개봉한 영화 ‘헤레틱’은 엔딩 크레딧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명시했고, 일부 배급사는 포스터에 유사한 표식을 도입하며 자체 기준을 공개했다. 이는 AI 활용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인간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별도로 강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표식들이 ‘AI를 쓰지 않았다’는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각 기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 소비자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의미가 분산된 채 실효성 없는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명확한 기준과 그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제작환경 자체에 이미 AI가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제작 프로그램과 플랫폼에 AI가 탑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사용’으로 볼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영화 촬영 과정에서 배우의 얼굴을 어리게 만드는 CG작업을 CG편집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AI기술을 사용했을 때, 이를 AI사용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의 사용과 미사용 사이에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이분법적 구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창작’이라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결과물에 ‘권리’가 부여되고, 이 ‘권리’는 정량적 ‘재산’으로 치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창작’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권리’가 부여될 수 없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창작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술 발전으로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지만, 이를 판단할 기준은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표식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신뢰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인간의 흔적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정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공통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AI 미사용’이라는 표현이 마케팅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정교한 검증 체계가 구축된다면 새로운 신뢰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의 흐름은 기술 자체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 신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에서 ‘창작’이라는 개념이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정의로 재정립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챌비온 기자 | 한준섭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 챌비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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