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과 AI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놓친 딱 하나의 숫자
- esangedunet8
- 7월 15일
- 3분 분량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3년간 900% 가까이 뛰었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을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의 주가매출비율(PSR)은 30배를 넘어서며 닷컴버블 시절 밸류에이션에 근접했다. 지난 6월 23일에는 급락장을 견디지 못한 코스피가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레이 달리오는 지금의 AI 붐을 1990년대 닷컴버블에 빗대고, 중국계 헤지펀드들은 이를 두고 '슈퍼버블'이라 부르며 붕괴를 경고한다.
회의론의 핵심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엔비디아가 오픈AI·코어위브 등 AI 기업에 투자하면 그 자금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돌아오는 이른바 순환거래 구조가 실제 수요보다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잉여현금흐름을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네 기업의 올해 AI 인프라 지출이 7250억 달러에 이르고, 3분기 합산 잉여현금흐름은 코로나 이후 평균 45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는 톰스하드웨어가 인용한 연구 결과로,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사례 중 95%가 손익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조사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근거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면 닷컴버블과의 결정적 차이를 놓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수익의 실재 여부다. 2000년 닷컴버블은 인터넷이 과대평가돼서가 아니라, 매출도 이익도 없는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터졌다. 반면 지금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아마존은 이미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실질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며, 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부채나 증자가 아니라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이 지점에서 지금의 성장이 펀더멘털에 기반한다고 평가했고, JP모건이 지난해 12월 다섯 가지 진단 지표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AI 랠리는 투기가 아니라 실제 기업 매출과 연동돼 있어 고전적 버블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AI 기업들이 실질적인 매출을 내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투자가 오히려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닷컴버블과는 다른 국면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순환거래 논란에 대해서도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반박은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그는 2000년 당시 인터넷 기업 전체 가치를 다 합쳐도 4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실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매출은 5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고,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만 51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이는 투자 유인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수요가 아니라 실제 주문과 결제로 확인되는 매출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이 반드시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AI 기업들이 최고의 컴퓨팅 성능을 원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엔비디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필요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 역시 완전히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되고 있다고 못박았다.
기업 현장의 수요 역시 회의론자들의 주장과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옴디아가 중견·대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 대다수가 AI 투자에서 '매우 좋음'에서 '탁월함' 수준의 수익률을 보고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일부에서 인용하는 MIT발 연구, 즉 AI 붐이 과장된 기대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용자 확산 속도도 이례적이다. 오픈AI에 따르면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8억 명을 넘어섰는데, 틱톡이 월간 이용자 10억 명에 도달하는 데 5년이 걸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AI 챗봇의 확산 속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증시 전반의 펀더멘털도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S&P500의 최근 이익 수정 폭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형주 이익 성장률이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지금의 랠리를 배수 확장이 아닌 실적 스토리로 규정했다. 신규 주식 발행 규모도 러셀3000 시가총액 대비 약 1%로 2015~2019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며, 올해 기업공개 건수는 100건 안팎으로 1999년의 400건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도 과열의 정도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다.
물론 모든 위험 신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점, 오라클처럼 향후 수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기업이 존재하는 점,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45%가 AI 버블을 최대 리스크로 꼽은 점은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마크 모비우스 같은 투자자는 조정이 발생할 경우 상위 AI 기업 주가가 최대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기술이 진짜라는 사실과 지금의 가격이 정당하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이며, 이 둘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번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실적과 현금흐름, 사용자 지표를 종합하면 현재의 AI 투자 붐은 매출 없는 기대만으로 부풀려졌던 닷컴버블보다는, 실질적 수익과 수요에 기반한 성장 국면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다. 버블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보다는, 오히려 어느 기업이 이 투자를 실제 이익으로 전환해낼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지금의 시장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챌비온 기자 | 한준섭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 챌비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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