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뽑느니 AI 쓴다… 청년들이 사라진 채용 공고

최근 노동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첫 경력'을 잃고 있다는 표현으로, 자료 검색과 분석, 초안 작성처럼 저연차 직원들이 도맡아온 업무 영역을 AI가 빠르게 잠식하면서, 신입이 초급 업무를 수행하며 조직을 익히고 시행착오를 거쳐 숙련된 인력으로 성장하던 단계 자체가 통째로 생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률과 회계처럼 전문성이 높다고 여겨지던 직군에서도 저연차가 담당하던 업무와 AI가 잘하는 업무의 경계가 크게 겹치면서, 신입 채용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매체는 신입 채용 규모가 기존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줄었다고 보도했고, 정부는 이를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판단해 청년의 첫 경력 형성을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 고용 문제의 본질이 일경험과 일경력의 불일치에 있다며, AI 등 새로운 생산수단에 청년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가 시장을 조직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한 국내 연구에서도, AI 노출도가 높은 업무일수록 경력 초기 청년층의 고용이 먼저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AI가 모든 세대의 일자리를 똑같이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력의 출발선에 선 이들부터 밀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현상을 AI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조심스럽다.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청년 실업률 상승의 상당 부분이 코로나 사태부터 시작된 원격근무 확산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현장 교육과 멘토링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즉시 업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신입을 키우는 대신 경력직을 선호하는 흐름은 AI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AI는 그 흐름을 더 뚜렷하고 거세게 만드는 촉매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기업의 선택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비용을 들여 사람을 교육하지 않아도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라면, 개별 기업 입장에서 그 선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런 합리적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질 미래다. 모든 기업이 경력직만 원한다면, 그 경력자는 애초에 누가 길러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청년 세대 전체가 노동시장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가 고착되면, 그 여파는 결국 산업의 숙련 인력 공급 자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문제의 답을 AI를 배제하는 방향에서 찾을 수는 없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판단하고 검증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숙련된 인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관건은 청년들이 이 숙련의 자리에 어떻게 도달하느냐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에 진짜 격차를 만드는 것은 AI의 유무가 아니라 AI를 다루는 능력의 유무라는 것이다. 단순 업무 수행 능력보다 AI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를 기업이 선호하게 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관건은 청년들이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다루는 법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깊이 습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청년 첫 경력 국가책임제' 역시 청년을 AI로부터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이 AI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에 직접 접근하고 이를 다룰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산학협력 프로그램과 재직 초기 실무 교육 과정에 AI 활용 역량을 핵심 축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이 없앤 일자리는 결국 그 기술을 다루는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간다는 것이 산업사에서 반복돼온 명제다. 다만 그 이행 과정에서 누군가는 뒤처지고, 특히 지금은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 세대가 그 공백을 가장 먼저 떠안고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확산을 막는 방어가 아니라, 청년들이 AI를 가장 먼저,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가 되도록 만드는 전환이다. '첫 경력'을 빼앗기지 않는 길은 AI를 피하는 데 있지 않다.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능력이야말로, 사라진 신입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첫 경력'의 정의가 되어야 한다. 챌비온 기자 | 한준섭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 챌비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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