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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AI', 결국 대기업 몫이었나

esangedunet8
1일 전
2분 분량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 2차 평가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 성하다. 최종 관문을 통과한 곳은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 세 곳. 그런 데 이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과한 이름들이 아니라 빠진 이름이다. 글로벌 종합 성능지표에서 참가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스타트업 모티프테 크놀로지스가 탈락했다. 국내 AI 생태계의 다양성을 키우겠다며 출범한 사업에서, 결국 대기업 계열과 자본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살아남고 성능으로 앞서던 신 생 기업 하나가 밀려난 모양새가 됐다.


공개된 점수는 이 구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1위 SK텔레콤은 총점 70.6점으 로 사용자 평가에서도 18.9점을 받아 2위를 지켰다. 반면 모티프는 총점 65.8점 에 그쳤는데, 벤치마크 평가에서는 24.6점으로 단연 최고점을 받고도 전문가 평 가(27.1점)와 사용자 평가(14.1점)에서 나란히 꼴찌를 기록했다. 모티프 측 설명에 따르면 자사 모델은 글로벌 지표 AAII에서 47점을 얻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1위급 성능을 냈다. 같은 지표에서 업스테이지는 37점, SK텔레콤은 35점, LG AI연구원은 31점에 불과했다. 순수 기술력만 놓고 보면 모티프가 가장 앞섰다 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종 성적표는 정반대로 나왔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현장 활용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설명한다. 산업 적용과 서비스 확산, 실사용자 체감 등 실전 투입 가능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 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통신·대기업 계열사에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 에 없다는 데 있다. SK텔레콤이나 LG AI연구원은 이미 방대한 가입자 기반과 계 열사 서비스망, 오랜 기간 축적한 사용자 데이터를 갖추고 있다. '사용자 체감'이 나 '서비스 현장 적용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국 이미 시장 접점을 쥔 대기업이유리한 시험대 위에 스타트업을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순수 모델 성능으로 승부하는 벤치마크에서 앞섰던 모티프가, 정작 인프라와 이용자망이라는 '체급 차이'가 반영되는 정성 평가 앞에서 무너진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모티프의 이의신청 내용을 보면 이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 벤치마크 1위와 4위 간 실제 성능 격차가 최종 배점에서는 단 4점 차이로 축소돼, 기술력의 우위가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배점 구조 상 정성적인 전문가·사용자 평가의 비중이 훨씬 크게 작용했는데, 그 평가가 어 떤 절차와 기준으로 이뤄졌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심지어 벤치마크 점 수가 가장 낮았던 LG AI연구원이 전문가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대목은, 공개 자료만으로는 업계에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심사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나 해외 법인의 주요 주주 참여 여부를 서 면으로 물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에게 애초에 불리한 잣대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됐다.


더 상징적인 장면은 모티프가 이의 제기와 별개로 독파모 3차전에는 아예 참여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목이다. 결과에 불복해 판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진 이 경쟁 구도에서 더는 싸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가깝다. 정부가 '국가대표 AI'를 키우겠다며 여러 정예팀을 경쟁시킨 취지는 소수 대기업의 기존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으로 승부하는 신생 플레이어에게도 기회를 주는 데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반대로 흘 렀다.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곳들이 결선에 남고, 순수 기술력으로 그 벽을 넘으 려던 스타트업은 '쓸모'라는 모호한 기준 앞에서 밀려났다.


독파모는 애초에 해외 빅테크 종속을 벗어나 우리 손으로 프런티어급 모델을 키 우자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경쟁의 룰이 결과적으로 이미 자원을 가진 대기업 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면, 이 사업은 새로운 강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강자의 지위를 정부 예산으로 다시 한번 보증해주는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 3차 평가를 앞두고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이 게임의 승부처가 정말 기 술력인가, 아니면 이미 시장을 쥔 자들의 체급인가. 그 답을 명확히 하지 못한다 면, 다음번에 등을 돌리는 스타트업은 모티프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챌비온 기자 | 한준섭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 챌비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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