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마벨에 17조원 베팅한 진짜 이유...삼성전자·SK하이닉스 운명 가른다"

구글이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마벨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자체 AI 칩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마벨은 19일(현지시간) 구글과 맞춤형 반도체 개발·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구글에 자사 보통주 최대 5897만여 주를 주당 206.58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구글이 이 권리를 모두 행사하면 그 규모는 121억8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조원에 달하며 구글은 마벨의 5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마벨은 이번 계약에 연동된 구매 목표를 구글이 모두 달성할 경우 2033회계연도까지 최대 1200억달러의 누적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 TPU 생태계다. 구글은 TPU의 핵심 로직을 직접 설계하지만 세부 설계와 생산 관리를 맡을 협력사가 필요한데, 그동안 이 역할을 사실상 전담해온 곳이 브로드컴이었다. 이번 마벨과의 동맹은 브로드컴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급원을 하나 더 늘리려는 다변화 전략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구글과 브로드컴의 TPU·AI 인프라 반도체 공동 개발 계약은 2031년까지 유지된다. 월가에서도 이번 거래를 두고 구글이 브로드컴을 밀어내기보다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나왔다. 소식이 전해지자 마벨 주가는 나스닥에서 9.85% 급등했고, 반사이익 우려가 제기된 브로드컴은 4.57% 하락했다.
업계는 이번 동맹을 단순한 두 기업 간 계약을 넘어, AI 패권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칩·메모리·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통제력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 흐름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HBM, 즉 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이다. TPU는 대규모 연산을 위해 대용량 HBM과 서버 D램을 필수적으로 탑재하는데, 그동안 브로드컴을 통한 TPU 물량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강 구도를 이루며 메모리를 공급해왔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쪽 물량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6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이번 마벨 동맹으로 TPU 생태계 자체가 확장되면, 결국 여기 들어가는 HBM과 서버 D램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게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대다.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쪽에서도 기회 요인이 거론된다. 구글이 TSMC 한 곳에 몰린 생산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협력사를 늘려온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차세대 TPU 핵심 부품 생산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이미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구글이 삼성전자를 종합반도체회사로서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턴키 솔루션 제공사로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마벨의 등장이 삼성의 몫을 잠식하기보다, 구글의 멀티 벤더 전략 안에서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TPU 생태계가 커질수록 HBM을 쌓아 올리는 하이브리드 본딩 등 후공정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도 간접적인 수혜권에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이 자체 칩 생태계를 이렇게 다변화·강화하는 것은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장기 흐름과 맞물려 있는데, 이는 동시에 누가 구글의 메모리 최대 공급사 자리를 지키느냐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브로드컴쪽 물량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새롭게 열리는 마벨쪽 물량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갈지는 아직 가늠하기 이르다. 결국 이번 구글-마벨 동맹은 한국 반도체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사건이라기보다, TPU 생태계 확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지형과 경쟁 구도를 다시 한번 흔드는 변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챌비온뉴스 ※ 본 콘텐츠는 참고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댓글